유도분만에 성공한 산모들이 말하는 꿀팁, 이완과 잠 #15

어제 유도분만 첫날 출산을 잘 했다는 산모에게 고맙다는 연락이 왔다. 특히 이완 영상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어쩔수 없이 유도분만이 잡혔을때 나는 그 산모에게 마지막 히든 카드를 준다.

무조건 이완하고 끊임없이 상상하세요. 경부가 연꽃피듯 활짝 열리고 아기는 산도를 따라 점점 내려올거에요.

유도분만의 확률을 높이는 것은 자기최면으로 몸을 만드는 것이다. 자궁수축과 경부가 열리는 거은 별개다. 그래서 이완과 심상화가 필요하다. 유도분만을 할때 쓰는 인공 옥시토신은 처음부터 많은 양을 투여하지 않고 조금씩 양을 조절하는데 아기 심박이 떨어지면 잠깐 뺐다가 다시 촉진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대부분 유도분만을 시도했을때 처음부터 자궁수축이 잘와서 열리는 경우는 드물다. 첫날에는 실패하고 둘째나 성공하거나 둘째날에도 진행이 더디면 수술하게 된다. 그런데 유도분만에 성공한 산모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초반에는 거의 진행이 안된다가 막판에 한꺼번에 열려서 정신없이 낳았다고 한다. 강제적인 자궁수축을 일으키다보니 자연진통과 달리 짧은 시간동안 세게 진통이 오는 듯 했다. 그런 진통은 무통없이 견디기 힘들다. 무통이 필요하다.

선생님, 유도분만도 하고 무통도 맞고 다했어요. 그래도 진행이 잘 되서 자연분만으로 낳았네요

모두가 유도분만을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너무 아픈데 자궁경부가 1cm 밖에 안열렸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수술하는 산모들도 있다. 또, 양수 조기파수로 어쩔수 없이 촉진제를 써야 하는 경우도 있다. 며칠전 내가 관리해 주던 산모가 출산예정일을 앞두고 새벽에 양수가 파수 됐다. 양수가 새는 정도가 아니라 콸콸 나와서 결국 새벽에 병원에 갔다. 규칙적인 진통은 없었지만 다행히 2cm가 열린상태였고, 그때부터 촉진제를 썼다고 한다. 중간에 수술이야기도 오고 갔으나 촉진제도 무통빨도 너무 잘 받았고 진행이 잘되서 병원간지 11시간만에 분만했다.

맨 처음 산모가 나와 통화했을때 유도분만도 하고 싶지 않고 무통도 맞고 싶지 않다고 했다. 예상과 달리 실제 출산은 촉진제도 맞고 무통도 맞았지만 그래도 내가 알려준 것 중 “잠” 하나는 기억하려고 했단다. 양수 파수로 병원에 가기전 5시 이른 새벽에 밥도 착실히 챙겨먹고 진통이 없을때 가급적 잘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이완하는데 잠 만한게 없다. 진통이 오는 와중에 어떻게 잠을 잘수 있냐고 의아해 할지 몰라도 최대한 자려고, 자는 척이라고 하면 저절로 이완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잠들기 힘들다면 이완음원을 들으며 그 안으로 빠져들어 가면 된다. 유도분만에 잘 걸리는 히프노버딩 음원은 소량의촉진제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만들었다. 유도분만 하러 가는 산모들은 이 음원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들으며 이완하고 상상하기를 반복한다.

그래서 일까. 기다림을 포기한 산모를 제외하고 모두 유도분만에 성공했고 잘 낳았다. 출산은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준비할 수 있지만 예측할수는 없다. 몸에서 오만가지 호르몬이 춤을 추며 출산이 진행되는 것처럼 출산에 관여하는 변수는 너무도 다양하다. 하지만 출산진행이 잘 되게 하는 공통적인 것은 이완과 잠이다. 출산이 진행됐다면 이 두 가지만 잘 하면 된다.